리더십을 향상하고자 난생처음으로 심리학 책을 집어 읽었다. 당장 다음 주 월요일부터 함께 일하는 직원들이 나와 일하는 것이 더 편안하도록 실용적인 도서가 필요했다.
심리학 도서가 많지 않았는데 그 중에서 제일 생활친화적인 제목을 가진 책이 있었다. "삶의 무기가 되는 심리학"이다. 제목 외에도 책을 고르는 기준이 있다. 대학교 마지막 학기부터 독서모임에 참여하기 시작했는데 그중 보석 같은 희망이 뿜어져 나오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던 사람이 이렇게 말했다. "평생 책을 읽어도 이 정도밖에 읽지 못한대요!"(숫자가 크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1년은 52주. 2주에 1권씩 읽는다면 60년을 읽어도 1500권 남짓이다.
그래서 요즘은 나에게 가장 필요한 책을 고르기 위해 작가 소개와 목차를 훑어본다. 이 책도 그렇게 골랐는데 작가 소개가 이랬다. "심리학 박사. 뮌스터대학교에서 심리학을 공부했다". 박사의 고찰을 공짜로 얻을 수 있고 특히 독일산 심리학 지식이라는 점이 흥미로웠다. 그 다음으로 책의 목차를 펼쳐보니 상황별로 적용할 수 있는 심리학 지식을 배울 수 있을 것 같았다. 책을 고른 과정에 대한 소개가 길었는데 결과적으로 관계 맺기에 도움이 되는 심리학 지식보다 쉽게 범하는 생각의 오류를 경계하는 데 도움이 되는 지식을 얻었다.
목차
이 책을 끝까지 읽은 이유는 '나의' 의지에 대한 의심을 처음 마주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 책의 두 번째 장이다.
실험 참가자에게 왼쪽 버튼과 오른쪽 버튼 중 하나를 누르라고 시켰더니 둘 중 한쪽을 결정하기 7초 전에 이미 뇌가 결정을 마쳤던 것이다. '나의' 의지가 언제 생기는지, 또 그 의지가 무엇을 결정할지 아직 알지도 못하는데 어떻게 '나의' 의지라고 부를 수 있을까? (29p, 삶의 무기가 되는 심리학, 심플라이프)
우리의 뇌는 곧 우리 자신이다. 그런데 내가 행동하기로 결정하기 이전에 이미 나의 뇌는 명령을 내렸다. 내 생각보다 앞선 나의 생각이 있다니 심리학이 너무나 궁금해졌다. 참고로 이 책의 프롤로그에서 사람들이 흔히 가지고 있는 심리학에 대한 선입견이 아주 재미있게 소개된다. 실제로 활자로 이렇게 웃기는 책은 본 적이 없다. 그리고 심리학은 과학 중에도 과학이었다. 심리를 주도하는 뇌를 스캔하는 기술이 소개되는데 심리학이 얼마나 과학적인지 보여준다.
지금 우리는 뇌를 스캔해 어둠 속으로 빛을 보낼 수 있다. 예를 들어 PET는 검사 대상 환자의 몸에 약한 방사능 액체를 뿌린 후 환자를 기계에 집어넣는다. 그러면 그 액체가 온몸의 세포로 분산되고, 기계는 그 액체를 모니터에서 볼 수 있게 만든다. 에너지를 특히 많이 소모하는 세포는 방사능 액체를 많이 흡수하므로 컴퓨터 화면에서 밝게 빛을 낸다. 그것을 보면 신체의 어떤 부위가 활동 중이며 뇌세포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 수 있다.우리의 내면 생활 즉 심리의 복사이다. (27-8p)
신비로운 뇌와 심리학 연구의 가치에 대해 마무리하고 지금부터는 각 장마다 흥미로웠던 내용을 정리하려고 한다. 수학의 정석이 집합 부분만 너덜너덜한 것처럼 이 책도 1장을 가장 꼭꼭 씹어먹은 듯하다. 나의 심리를 살피는 법에 대한 내용이 많다.
#1장 3번째 이야기-공포를 극복하는 법 공포가 스스로 그 위세를 키우는 악순환을 끊기 위해서 유사하지만 강도가 약한 공포에 자주 노출되어야 한다고 한다. 타란튤라 공포증을 극복하기 위해서 같은 곤충인 꿀벌부터 극복하기 시작하는 내용이 소개된다.
#1장 5번째 이야기-나는 정상인가? 심리 장애는 흑백이 아니라 마치 스펙트럼과 같아서 사람은 다들 어느 정도 미쳐있다고 한다. 밝은 쪽이 정상 어두운 쪽이 비정상이라고 한다면 회색 지대에 놓인 특징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다. 여기서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사람들은 생각보다 심리적 장애를 겪게 될 사건들을 많이 접할 수 있으니 스스로를 잘 살피고 필요할 때에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라는 것이다. 심리 장애 진단은 굉장히 과학적이며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면 훨씬 해결이 빠른데 많은 사람들이 치료를 꺼려하는 상황에 대한 심리학 박사의 안타까움을 토로한다.
#1장 9번째 이야기-프레이밍 마케터가 주목해야 할 부분도 있다. "뇌 조종법"이다. 심리학 문외한인 나도 들어본 적이 있는 '프레이밍'이 소개된다. 똑같은 사실도 어떻게 포장하냐에 따라 그 내용이 갖는 영향력이 다를 수 있다는 내용이다. 가령 천 원짜리 제품을 500원 할인하여 500원에 판매한다고 해보자. "500원 할인"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좋을까? 아니면 "50% 할인"이라고 하는 것이 좋을까?
2장에서는 비즈니스에 활용할 수 있는 지식들이 많았다.
#2장 12번째 이야기-판단 오류 우리가 판단을 할 때에 어떤 특징에 몰입되어 다른 부분을 놓치고 있지는 않은지 확인하라는 내용이다. 이런 현상을 일컫는 용어인 후광효과'(Halo effect)와 뿔 효과(Horn Effect)가 소개된다. 가령 면접관이 지원자의 어떤 특징으로 인해 긍정적인 인상을 갖게 되어 여러 측면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하는 것을 후광효과라고 하고, 반대로 부정적인 특징이 판단에 크게 작용하는 것은 뿔 효과라고 한다.
#2장 13번째 이야기-매몰비용 실패할 것으로 보이는 일에 다시금 노력을 들이는 매몰 비용의 오류가 소개된다. 포기하지 않는 것이 미덕일 수 있으나 지금까지의 노력을 내려놓고 중단하는 것이 더 큰 손실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아닐지 냉정하게 살펴야 한다는 내용이다.
#2장 19번째 이야기-협상의 규칙 총 3가지 협상의 규칙이 소개된다. 이 책에서 제일 곱씹어 읽은 부분이다. 1번째 규칙, 협상의 목표는 파이를 나누는 것이 아니라 파이를 최대한 키우는 것이다. 2번째 규칙, 통합적 협상. 협상 당사자들 간의 이해관계를 이해하고 양쪽의 이익을 최대화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다. (1번 규칙과 같다.) 3번째 규칙 Tit for tat. 내가 가진 교섭력을 이해하고 상대의 반응에 따라 다른 카드를 쓰는 방법이다. 중요한 것은 내가 쥔 카드의 가치가 상대도 공감할 수 있는 것인지 검토하는 등 나의 교섭력을 철저하게 분석하는 것이다.
3-5장에서 기억하고자 하는 내용이다. #3장 22번째 이야기-사회적 태만 팀 프로젝트에서 개인의 책임감을 유지하고 능력을 발휘하게 하는 방법으로, 개인의 성과가 확인될 수 있도록 업무를 분배하라고 조언한다.
#3장 27번째 이야기-유익한 비교 다른 사람과의 비교로 기분이 상할 때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비교를 완전히 끊어낼 수는 없다. 그렇다면 비교로부터 나를 지키는 방법은 무엇일까? 책에서는 나에게 중요하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는 비교하지 말고 비교를 하게 된다면 긍정적인 에너지로 삼을 것을 조언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나는 이것도 저것도 잘하고 싶은 사람이었다. 내 몸이 하나라는 것을 받아들이게 된 후로 가장 중요한 일에 가장 큰 노력을 기울인다. 비교의 수렁에서 자신을 꺼내는 일이 점차 쉬워진다. 어떤 부분에서는 뒤쳐질 수 있어도 다른 면을 보면 나는 훌륭하게 발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누구나 보석 같은 면을 가지고 있는데 그 부분을 잘 다듬어 나가며 행복한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현실의 내가 이상적인 내 모습과 닮아갈수록 행복하기 때문이다. 주의해야 할 것은 하향 비교인데 일시적으로 우월감을 줄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더 큰 우울감을 줄 수 있다고 한다.
#5장 44번째 이야기-나는 너무 멋져, 유익한 자신감 우리는 스스로의 능력을 생각보다 훨씬 과대평가하고 동시에 어떤 일을 수행하는 데 드는 노력은 과소평가한다고 한다. 겸손은 미덕이지만 자신감 덕분에 도전도 하고 별도 딸 수 있는 것이니 앞으로도 뽕은 조금 맞은 채로 살아가야겠다.
마무리 혼자 오래도 떠들었다. 그만큼 재미있고 유익한 책이다. 내가 심리학에 취하는 부정적인 입장은 mbti처럼 천태만상의 사람들을 분류하는 것에 대한 불만 때문이었다. 사람은 유전적, 환경적 영향으로 모두 다른 모양새를 가지는데 나는 개인의 그 고유한 특징이 너무나 흥미롭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간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심리학이 꼭 필요하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깨달았다. 앞으로도 기술이 발전해서 우리의 더 많은 비밀이 밝혀졌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