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년이더군요

크리스마스에 기념할 수 있어서 기쁩니다. 🎄
독립한 지 일 년이 되었더군요. 이날을 기념하고자 책상에 앉았는데 일 년 중 가장 좋아하는 크리스마스에 독립일을 기념할 수 있어서 기쁘다는 생각이 먼저 듭니다.
결론적으로 외로움은 극복하지 못했어요. 불완전한 울타리가 쳐진 보금자리를 벗어나 두 다리로 섰을 때 처음 마주한 감정은 외로움이었어요. 그래서 이 블로그의 첫 번째 테마도 외로움에 대한 생각, 각오 같은 것들이었습니다. 그중에는 나처럼 처음 외로움을 맞이한 사람들에게 나만의 방법을 공유해봐야지 마음먹었던 것도 있습니다. 당시에 그 감정을 이겨내 보려고 유튜브를 뒤졌고 무언가에 몰입하라는 조언을 얻어 크게 세 번 정도 1-2달씩 몰입하는 일상을 가져보기도 했네요.
몰입은 색을 덮은 검은 스크래치 종이 같았어요. 몰입하는 순간은 휘몰아치는 색을 덮은 검은 칠같지만 빈 집으로 돌아가야 하는 시간을 마주할 때, 누군가와 함께 뿜던 온기를 급히 식혀야 할 때 느낍니다. 몰입은 검은 칠이고 제 외로움은 아직 직면하고 이겨낸 감정이 아니라는 걸요.
글을 적다보니 꼭 이겨내야 할까라는 생각이 드네요. 이 외로움에 노출되는 일도 많다 보니 언제 그 감정이 돌아오는지 어렴풋이 알고 그 순간들에 맞게 천천히 하나씩 나만의 약을 처방해주면 될 것 같아요. 일 년에 걸쳐 얻은 답이네요. 내년엔 CASE 1~5번에 잘 듣는 특효약에 대해서 적게 될까요.
시간이 지나야 보이는 것들🕰️
어떤 생각들은 곱씹어보는 시점에 따라 다다르는 도착지가 다르더군요. 주로 타인의 배려 같은 것들이 그랬습니다. 마음이 어려서 그때는 보이지 않았던 애정 어린 배려가 회상해보면 제가 느끼지 못하고 감사하지 못했던 것들이었죠. 다행인 건 그 마음을 느낄 수 있을 만큼 생각이 자랐을 때 늦게나마 감사할 수 있는 그 상대가 남아있는 경우입니다. 시간도 기다려주지 않고 사람도 기다려주지 않으니 어리석지 말자고 스스로에게 가끔씩 얘기해줘야겠어요. 그 추운 날 우리가 꽤 많은 길을 거닐었다는 것, 그 더운 날 흘린 땀이 얼마나 깊은 마음에서부터 올라온 것인지 짐작이 되지 않으니 아직 다 갚지 못했다는 것.
2021 가장 중요한 레슨🌬️
빨빨거리며 세상과 닿는 표면적을 넓히면서 다양한 레슨을 받았는데 복기해야 할 두 가지가 있네요. 지하철에서 본 노쇠한 할아버지와 부족한 제 자신입니다.
시간을 모래알처럼 촘촘하게 쓰고있지 않다는 불편함을 느끼면서 지내던 때에 중요한 약속에 헐레벌떡 오른 지하철이었습니다. 힘들어서 앞을 응시했죠. 추위에 중무장한 할아버지 한 분이 앉아계셨어요. 뜯어보았습니다. 두꺼운 외투, 바람 들 틈이 없이 목도리, 모자, 장갑, 두꺼운 신발까지. 지금 생각해보니 그만큼 취약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순간 젊음을 붙잡지 못하고 늙어버린 제 모습이 겹쳐 보였습니다. 그 칸에는 그분을 제외하고 모두 젊었는데 그 청춘들은 재난 영화에서 나오는 '방심하고 있는 사람들'처럼 보였고 저는 무서웠습니다. 이 순간에도 모래시계에서 모래가 떨어지고 있겠구나.
연로한 그 분을 뜯어보며 든 또 다른 생각은 그분처럼 오랜 시간이 지나면 지금 하고 있는 시끄러운 생각들은 먼지처럼 작은 것들이겠구나 하는 생각이었습니다. 정말 중요한 것들 만이 눈앞에 남는 그때에 나는 무엇을 후회할까. 지금도 끝을 향해 내달리고 있는 남은 시간 속에서 잡념 없이, 후회 없이 사랑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두 번째 복기할 것은 부족한 제 자신이네요. 아직 널따란 그 시간동안 깎이고 다듬어져 멋져질 텐데 지금 완벽하지 않다고 해서 고통받고, 작아지는 것은 옳지 않다고 믿습니다. 부족하고 나약한 자신을 인정하고 그럼에도 스스로를 믿으면서 미워하거나 아쉬워하지 않고 내가 나의 제일 친한 친구이자 자아실현이라는 큰 이상을 향하는 동반자가 되어 바람직한 역할을 해줘야겠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항상 변모하겠지만 이 글귀가 다가오는 시간을 지탱해줄 닻이 될 거라는 믿음은 있네요.